"광주를 대표하는 장애인 e스포츠 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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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대표하는 장애인 e스포츠 팀 어떠신가요?"
장애인 e스포츠 참여도 폭 상승||“게임에선 장애·비장애 차이 없어” ||광주·전남 배울 곳 지원 전무해 ||전문가 “시설 활용 방안 마련을” ||市 “관심 사안…발굴책 등 고민”
  • 입력 : 2022. 08.29(월) 17:49
  • 정성현 기자

지난 18일 광주 광산구 한 음식점에서 만난 이현석 씨가 모바일 게임에서 승리한 뒤 결과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성현 기자

장애인들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이들을 위한 교육이나 배려가 현저히 부족해 관계기관의 인식전환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광주 광산구 한 음식점에서 만난 이현석(23) 씨는 처음 대면한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손에 쥔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최근 'e스포츠에 빠지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씨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한창 하던 때는 종류를 가리지 않기도 했다"며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게임을 잘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항상 혼자만 하다 보니, 이 실력을 뽐낼 곳이 없었다. 다행히 최근 e스포츠를 알게 되면서 '남들과 함께하는 게임'에 부쩍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씨의 부모님에 따르면, 이씨는 지적장애 3급을 앓고 있다. 올해 2월 광산구에 위치한 광주선광학교(공립특수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는 레스토랑에서 식기 관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오롯이 '게임'에 집중한다.

인터뷰 중에도 연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그에게 '왜 게임을 좋아하게 됐는지' 물어봤다. 이씨는 "온라인상에서는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그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달리기 등으로 경쟁할 수는 없어도, 게임 안에서는 경쟁할 수 있다. 오히려 더 잘하기도 한다"면서 "e스포츠는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많은 장애인들이 취미로 활용한다. 게임 속 세상은 공정하다. 우리에게 e스포츠는 '현실의 스포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쉽게도 광주에는 이걸 전문적으로 배울 시설이나 직업으로 키울만한 연계 과정이 없다"며 "시·구 또는 학교에서 이와 관련된 제도나 교육이 있었다면 무조건 참여했을 것 같다. 만약 장애인 프로팀 생겨 입단하게 된다면, 유명한 선수가 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이현석 씨가 퇴근 후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현석 씨 제공

지난 17일 이현석 씨가 퇴근 후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현석 씨 제공

이씨의 말처럼, 실제 장애인들의 e스포츠 참여율은 매우 높다.

29일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 263만3000명 중 44.6%가 컴퓨터 e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휴대폰·콘솔 등까지 더하면 약 80%까지 치솟는다.

이들이 e스포츠 활동을 하는 까닭으로는 △스트레스 해소 △심리적 만족감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 증진 △인지능력·신체적 발달 향상 등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응답자 중 상당수(65%)가 'e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때 즐거움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이들을 위한 사회·제도적 지원은 부족한 상태다.

'e스포츠 활용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에 대한 설문 결과를 보면 △장애인 프로그램·교육 부족 △시설·장소 부족 등이 가장 큰 수치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장애인 프로그램·교육 부족은 '중요 개선 방향'으로 분류됐다.

실제로 전국 177개 특수학교 중 e스포츠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총 29개소(16%)에 불과하다. 또 교내 e스포츠 동아리 등 관련 활동이 있는 학교는 15개소뿐이다. 이 가운데 광주·전남은 함평·영암 두 곳에서 운영하는 e스포츠 동아리가 유일하다.

전문가는 장애인 접근성 향상·선수 발굴 등 법·제도를 하루빨리 정비하고, 장애인 선수 육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연철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누구나 게임 이용이 가능한 환경과 참여할 수 있는 시설 그리고 이들을 위한 교육 마련이 절실하다"며 "이 과정이 있어야 '장애인 선수 육성' 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다. 장애인 선수 발굴은 비장애인의 기준과는 다른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과 같은 경우는 시 산하에 있는 '광주e스포츠교육원(교육원)'을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 경우 장애인 e스포츠지도사 등을 활용해 프로 선수로까지 연계가 가능하다"며 "광주·전남은 관련 인프라가 충분하기 때문에, 장애인 e스포츠 산업 성장 및 대회 개최 등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행정당국의 지원·관심이 필요한 이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영배 광주장애인체육회 총무팀장은 "장애인 e스포츠는 시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지난 5월에는 교육원에서 장애인 e스포츠 사업 설명회도 개최했다"며 "진행 사안이 있었던 만큼, 추후 해당 사업팀과 협업해 e스포츠 생활 지도자·장애인 선수 육성 등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전했다.

박형관 광주장애인e스포츠연맹 사무국장은 "광주는 지난해 e스포츠 연맹이 설립됐다. 늦게 시작한 만큼, 아무래도 과도기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내년께부터는 특수학교 내 e스포츠 교육 신설·e스포츠 직업 연계 등을 추진·논의할 계획이다. 여러 의견들을 조율해 상세 내용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2 고양시장배 장애인 생활체육 e스포츠대회 참가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 제공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